독일 뤼벡 음대, 지원 요강을 보며 든 생각들
독일 뤼벡 음대(Musikhochschule Lübeck)의 2027년 여름학기 원서 지원이 9월 15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마감일은 12월 1일까지이며, 현장 시험은 2월 8일부터 20일까지 비교적 긴 기간 동안 진행될 예정입니다.
정확한 시험 날짜는 이후 개별적으로 안내됩니다.
원서 지원비가 60유로입니다.
처음 보고 ‘원서 지원비도 이제 물가를 따라 오르는 건가?’ 하는 당혹스러움도 잠시 있었는데, 생각해 보면 한스 아이슬러 음대의 60유로는 이미 오래전부터였고, 그동안 눌려 있던 독일 음대들의 원서 지원비도 앞으로는 조금씩 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독일어 B2
뤼벡 음대는 예전부터 독일어를 중요하게 보는 학교 중 하나입니다.
학사와 석사 모두 B2 수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독일어 자격증이 없다고 해서 원서 지원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독일어 능력이 증명되지 않은 경우에는 학교에서 별도로 독일어 시험을 안내받게 됩니다.
예전부터 이 학교는 독일어 시험 결과에 따라 바로 본과 수업으로 들어가기보다는 독일어를 좀 더 공부할 수 있는 기간, 이른바 0학기와 같은 형태를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합격하고 난 뒤 독일어를 공부할 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기적으로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가는 데에는 오히려 안전한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클라리넷, 첼로 그리고 교수진
뤼벡 음대에는 당연히 여러 인기 전공이 있지만, 예전에는 특히 클라리넷과 첼로가 인기가 많았던 학교로 기억합니다. 클라리넷의 경우 자비네 마이어(Sabine Meyer)의 영향도 상당히 컸을 텐데, 은퇴 이후에는 예전과 비교해서 지원자들의 선호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저도 조금 궁금합니다. 그렇다고 학교의 무게가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교수진의 면면을 하나씩 살펴보면 생각보다 굉장한 실력자들이 뤼벡 음대에 많이 있습니다.
학사 기악과 실기시험
영상 시험 유무와 구체적인 시험 프로그램은 전공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다만 뤼벡 음대의 시험 프로그램을 보면 다른 학교에 비해 비교적 심플하게 곡을 배치해 놓은 편입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기악 전공 전체에 상당히 비슷한 큰 틀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악기마다 아주 세세하게 곡목을 지정하기보다, 일정한 조건 안에서 학생이 자신의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습니다.
학사 기악과 지원자 기준
Im instrumentalen Hauptfach sollen mindestens drei Werke verschiedener Stilepochen (davon eines nach 1920 komponiert) vorgetragen werden, die die Interpretationsfähigkeit und das technische Vermögen erkennen lassen.
즉, 서로 다른 시대의 작품을 최소 3곡 준비해야 하고, 그 가운데 한 작품은 1920년 이후에 작곡된 작품이어야 합니다. 이 작품들을 통해 해석 능력(Interpretationsfähigkeit)과 연주기술(technisches Vermögen)을 보여주면 됩니다. 특정 작곡가나 작품을 세세하게 지정하기보다 큰 조건을 던져주고 그 안에서 지원자가 프로그램을 구성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Klavier als Pflichtfach, 피아노 시험
전공실기 외에 피아노 시험도 있습니다. 다른 학교에도 있는 피아노 시험이니, 크게 다를 것 없을 것 같습니다만, 잘 살펴보면 특이점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중간 난이도 피아노 작품 2곡
기타가 예술전공(Hauptfach)인 경우 피아노 시험 면제
기타를 제외한 기악과 학사 지원자는 피아노 시험도 준비해야 합니다. 학교에 따라 기타 전공자에게 피아노 시험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는 종종 있기 때문에 오히려 피아노 시험이 있는 학교를 찾는게 어려운 일입니다.
가장 특이한 점은 중난 난이도 피아노 작품 2곡이라는 점입니다. 보통은 쉬운 난이도 정도의 피아노 작품 2곡을 요구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중급난이도 정도로 준비를 하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학교와는 다른 피아노 곡을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심사위원은 중간 난이도 수준의 시험 기준으로 시험자를 평가할 것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생각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Musiktheorie – 음악이론
필기 및 실기
장·단조 조성에 기초한 화성학 기본 지식
음악형식의 원리와 장르에 대한 이해
뤼벡 음대 음악이론 시험은 겉으로 보면 비교적 단순한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악보를 보고 간단하게 분석하는 문제부터 화성학 문제풀이, 주어진 4마디 모티브에 이어서 4마디를 작곡하는 문제, 화성 분석을 중심으로 한 음악 분석 문제까지 나옵니다. 단순히 음악이론 개념을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기보다, 배운 내용을 실제 악보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여러 방향으로 보는 시험에 가깝습니다.
Gehörbildung – 청음
필기시험
음정
화음
리듬 및 화성적 관계 파악
단선율 및 2성부 받아쓰기
독일 음대의 청음 시험은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만을 위한 시험은 결코 아닙니다. 잘 훈련된 상대음감으로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되고 있고,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보다는 조금 느릴 수 있겠지만 꾸준히 훈련한다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들입니다.
전체적으로 뤼벡 음대의 기악과 입학시험을 보면 요구사항을 아주 세세하게 쪼개기보다 큰 틀을 만들어두고, 그 안에서 지원자가 프로그램을 구성하도록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시험곡을 정할 때에는 단순히 조건에 맞는 세 곡을 골라놓기보다, 서로 다른 시대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연주와 해석을 어떻게 보여줄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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